비임상 시험이 시작되면 시험책임자(Study Director, SD)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계획서 작성은 끝났고, 인원도 배치됐고, 시험물질도 준비됐습니다. 이제 그냥 기다리면 될까요?
처음 GLP 환경에서 일을 시작한 분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시험이 ‘돌아가는 동안’ 시험책임자의 역할은 끝난 게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바쁜 시간이 시작된 것입니다.
오늘은 ‘시험 수행(Study Conduct)’을 중심으로,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시험책임자가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나씩 정리해보겠습니다.
Tip 1. 시험책임자는 관리자이면서 동시에 현장 감독관이다
“M형, 계획서를 다 짰으니까 이제 관련 기술진(technician staff)들한테 맡기면 되는 거 아닌가요?”
A군이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저도 처음엔 비슷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닙니다.
GLP 규정에서 시험책임자는 단순히 계획서를 작성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시험의 계획 및 실시와 전반적인 결과 해석에 대한 “단일 책임(Single Point of Control)”을 지는 사람입니다. 프로젝트 매니저에 가깝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고 모든 걸 혼자 다 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기술진(technician staff), 기관수의사, 병리책임자, 신뢰성보증부서(QAU) 등 다양한 팀원 및 부서와 협력하는게 맞습니다. 중요한 건, 협력은 하되 책임은 분산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시험 시작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기술진과의 사전 회의입니다.
| 사전 회의 항목 | 내용 |
|---|---|
| 시험 목적 공유 | 왜 이 시험을 하는가 |
| 계획서 주요 내용 | 특이 절차, 주요 일정 |
| 안전 예방 조치 | 시험물질 취급 방법 등 |
| 예상 독성 반응 | 어떤 변화를 주의 깊게 볼 것인가 |
| 세부 작업 일정 확인 | 계획서에 실제 일정이 적절히 반영됐는지 검토 |
기술진은 시험실 내에서 시험책임자의 ‘눈과 귀’ 역할을 합니다. 이들과 신뢰를 쌓고, 명확하게 소통하는 것이 시험 품질의 출발점인 셈이지요.
또한 시험 중에는 시험실을 정기적으로 방문해야 합니다. 특히 첫 투여, 부검 같은 주요 마일스톤은 직접 참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예기치 못한 반응이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Tip 2. 계획서 변경은 두 가지로 나뉜다 — 변경과 일탈을 구분해야 한다
“M형, 시험 중에 절차를 바꿔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건 의외로 많이 놓치는 부분입니다. GLP에서 계획서 수정은 “변경(Amendment)”과 “일탈(Deviation)” 두 가지로 명확히 구분합니다.
| 구분 | 정의 | 처리 방법 |
|---|---|---|
| 개정(Amendment) | 의도적인 변경 | 변경 전에 시험책임자 서명·배포 필요 |
| 일탈(Deviation) | 의도치 않은 계획서 위반 | 발생 즉시 문서화, 영향 평가 후 최종 보고서 기재 |
변경은 반드시 과학적으로 타당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냥 하기 불편해서’는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일탈은 누구나 당황합니다. 처음 겪으면 ‘이걸 알려야 하나, 조용히 넘어갈 수 있나’ 고민하게 됩니다. 이건 능력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몰라서 생기는 망설임입니다.
결론은 간단합니다. 즉시 문서화하고, 그 영향을 평가하고, 시험책임자가 서명해야 합니다. 숨기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됩니다.
시험물질 조제 단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시험책임자는 조제법이 계획서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목표 농도·균질성·안정성 기준을 분석 방법으로 검증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투여 전에 분석 결과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부분을 나중으로 미루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돌이킬 수 없는 경우도 생깁니다.
Tip 3. 기록되지 않은 것은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GLP 환경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If it isn’t written down, it didn’t happen.”

처음 들으면 과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시험 무결성 문제가 생겼을 때, 구두로 나눈 대화나 기억은 아무런 증거가 되지 않습니다. 나중에 제3자가 기록만으로 시험 전 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GLP가 요구하는 수준입니다.
시험책임자가 문서화해야 하는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상황 | 기록해야 할 내용 |
|---|---|
| 동물 건강 이상 발생 | 수의사와 협의 내용, 치료 또는 안락사 결정 근거 |
| 예기치 못한 검체 오염 | 근본 원인 조사 결과, 시험 무결성 영향 평가 |
| QAU 지적 사항 | 대응 내용 및 시정 조치 일자 |
| 모든 소통 및 결정 | 구두 포함 → 문서로 전환 보관 |
IACUC(동물실험윤리위원회)와의 협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안락사 방법, 수술 절차 같은 동물 복지와 관련된 변경사항은 실시 전에 반드시 IACUC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시험 중 동물의 건강이나 복지에 위협이 생기면 적시에 보고할 책임도 시험책임자에게 있습니다.
원시 데이터 역시 즉시, 정확하게 기록되어야 합니다. 나중에 몰아서 정리하는 방식은 GLP 원칙에 맞지 않습니다. 시험책임자는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오류가 발견되면 규정에 맞는 방법으로 수정해야 합니다.
시험이 시작된 뒤가 오히려 시험책임자로서 가장 많은 판단과 기록이 요구되는 시간입니다.
지금 진행 중인 시험이 있다면, 오늘 하루만이라도 원시 데이터 검토 현황과 일탈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는지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한 번에 완벽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놓친 것 하나씩 잡아가는 것이 GLP 준수의 현실적인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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