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Good Laboratory Practice)란? — 비임상시험 신뢰성의 국제 표준

GLP 인증 센터 지원서를 쓰다 보면 한 번쯤 막히는 질문이 있습니다.

“GLP가 ISO랑 뭐가 다른 건가요?”

필자도 처음 비임상시험 분야에 발을 들였을 때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둘 다 ‘품질’을 이야기하는데, 왜 GLP 지정 기관이 따로 존재하는 건지 처음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GLP는 품질 역량을 증명하는 게 아니라, 시험 과정 전체의 신뢰성을 국가 규제기관이 보증하는 체계였습니다. 이 차이를 모르면 GLP 문서를 읽어도 맥락이 잡히지 않습니다.

오늘은 OECD 원문과 식약처 고시를 바탕으로, GLP의 구조를 처음부터 차근히 정리해드리겠습니다.


Tip 1. GLP의 정의와 핵심 원칙 — 결국 ‘과정의 신뢰성’입니다

GLP 정의, 어떻게 읽어야 하나

OECD 원문은 GLP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Good Laboratory Practice is a quality system concerned with the organisational process and the conditions under which non-clinical health and environmental safety studies are planned, performed, monitored, recorded, archived and reported.”

국내 식약처 고시(비임상시험관리기준 제3조제3호)는 이를 이렇게 옮깁니다.

“비임상시험관리기준이란 비임상시험실시기관에서 수행하는 시험의 계획·실행·점검·기록·보고되는 체계적인 과정 및 이와 관련된 전반적 사항을 규정하는 것을 말한다.”

두 정의 모두 핵심이 같습니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관리한다는 것입니다. 시험 결과가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그 결과가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통제하고 기록하는 체계인 셈이죠.

의약품, 의약외품, 화장품, 의료기기의 비임상시험이 적용 대상입니다. 실험실 조건뿐 아니라 온실, 야외 시험까지 포함됩니다.

OECD GLP 원칙의 10개 섹션 구조

OECD GLP 원칙(1997년 개정판)은 크게 10개 섹션으로 구성됩니다. ’12개 원칙’이라는 표현을 자주 보셨을 텐데, 이는 일부 항목이 세분화되어 소개되는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고, 원문 구조는 아래와 같습니다.

번호주제핵심 내용
1시험기관 조직 및 인원운영책임자·시험책임자(SD)·주임시험자·시험담당자 역할
2품질보증 프로그램(QAP)독립적 QA 운영, 시험·시설·절차 기반 점검 3종
3시설시험계·시험물질·자료보관·폐기물 처리 시설 요건
4기기·재료·시약교정, 유지보수, 사용 기록
5시험계물리·화학적 및 생물학적 시험계 관리
6시험물질 및 대조물질수령·보관·표본추출·특성 확인
7표준작업절차(SOP)모든 반복 작업의 문서화
8시험 수행시험계획서 작성·승인·실시
9시험결과 보고최종보고서 요건 및 내용
10기록 및 자료 보존원자료·표본·보고서의 장기 보존

이 구조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자주 문제가 되는 지점은 세 곳입니다. 시험책임자(Study Director)의 역할, 품질보증(QA)의 독립성, 그리고 원자료(raw data) 관리입니다.

OECD 원칙 1.2항은 시험책임자를 “시험의 단일 통제점(single point of study control)”으로 규정합니다. 시험계획서 승인부터 최종보고서 서명까지, 해당 시험의 전반적 책임이 시험책임자에게 귀속됩니다. 반면 품질보증 담당자는 자신이 보증하는 시험의 수행에는 관여할 수 없습니다. 독립성이 QA의 핵심인 셈이죠.

원자료 관리도 마찬가지입니다. OECD 원칙 8.3항은 “모든 자료는 직접, 신속, 정확, 명료하게 기록되어야 하며, 서명 또는 이니셜과 날짜가 명기되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기록을 수정할 때에도 이전 기록이 지워지지 않아야 하고, 수정 이유와 서명, 날짜가 함께 남아야 합니다. “시험은 잘 됐는데 원자료가 불완전하다”는 이유로 시험 신뢰성이 부정된 사례가 실제로 있습니다. 기록이 곧 시험입니다.


Tip 2. OECD GLP와 국내 식약처 고시 —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A군: “OECD 기준이랑 식약처 기준이 거의 같은 거 아닌가요?” M형: “큰 틀은 같아. 다만 국내 고시에는 ‘지정’ 절차가 추가되어 있어. 이 부분이 핵심이지.”

국내에서 비임상시험 결과를 허가 심사에 제출하려면 해당 기관이 비임상시험실시기관으로 식약처 지정을 받아야 합니다. 단순히 OECD 원칙을 내부적으로 따른다고 해서 국내 심사에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주요 비교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OECD GLP 원칙국내 비임상시험관리기준(식약처 고시)
근거 문서OECD Series on Principles of GLP (1997 개정)비임상시험관리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고시 제2022-93호, 2023.1.1. 시행)
관리 주체각국 GLP 모니터링 당국식품의약품안전처
적용 대상의약품·농약·화장품·식품첨가물·산업화학물질 등 비임상시험 전반의약품·의약외품·화장품·의료기기 비임상시험
지정 방식국가별 상이서류심사 + 현지실태조사 후 지정
사후관리각국 모니터링 당국 주관식약처 정기 실태조사(2년 주기, 제39조)
다지점시험 규정별도 Guidance 문서로 보완고시 내 제5장(다지점시험)으로 명문화
분석법밸리데이션별도 언급 없음제3조제29호로 정의 및 적용

눈에 띄는 차이 중 하나는 다지점시험(multi-site study) 규정입니다. OECD는 이를 별도 가이던스 문서로 운영하지만, 국내 고시는 제5장 전체를 다지점시험에 할애해 운영책임자·시험책임자·주임시험자·신뢰성보증부서 간의 역할과 의사소통 절차를 명문화했습니다. 다지점시험을 다루는 기관이라면 이 부분을 따로 숙지해두는 게 좋습니다.

또 하나는 사후관리 주기입니다. 식약처는 지정 기관에 대해 2년 주기의 정기 실태조사를 실시합니다(제39조). 단, OECD GLP 프로그램, 미국 FDA, 유럽 EMA로부터 실태조사 적합 판정을 받은 기관이거나, 해외 의뢰 매출이 전체의 절반 이상인 기관은 주기 연장이 가능합니다(제40조). GLP 인증 센터 지원자라면 이 조건을 미리 파악해두면 내부 운영 사이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용어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OECD 원문의 ‘Test Facility Management’는 국내 고시에서 운영책임자, ‘Study Director’는 시험책임자, ‘Principal Investigator’는 주임시험자, ‘Quality Assurance Programme’은 신뢰성보증업무로 번역됩니다. 영문 원칙과 국내 고시를 병행해서 읽을 때 이 대응 관계를 먼저 정리해두면 훨씬 빠르게 읽힙니다.


Tip 3. 국제 상호인정(MAD)과 실무 고려사항

MAD 체계 — GLP 데이터가 국경을 넘으려면

OECD는 GLP 기반 시험 데이터의 국가 간 상호 인정을 위해 MAD(Mutual Acceptance of Data) 체계를 운영합니다. 1981년 채택된 OECD 이사회 결정(C(81)30(Final))이 그 법적 근거이며, OECD 회원국에서 OECD 시험지침 및 GLP 원칙에 따라 수행된 시험 데이터는 다른 회원국에서도 평가 목적으로 동등하게 인정받습니다.

한국은 MAD 완전 가입국입니다. 즉, 국내 식약처 GLP 지정 기관에서 수행한 시험 결과는 OECD 회원국 규제 당국에 제출 가능합니다. 반대로 해외 GLP 기관의 데이터를 국내 허가 심사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이 경우 해당 기관이 MAD 참여국의 GLP 모니터링 당국으로부터 인정받은 기관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국내 고시 제43조(상호인정)는 이를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OECD GLP를 준수하는 회원국 또는 OECD로부터 인정받은 비회원국의 비임상시험실시기관은 동일한 시험 분야에 대해 국내 기관으로 상호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지점들

마지막으로, GLP 인증 센터 지원이나 품질 담당 업무를 처음 맡는 분들이 초기에 자주 혼동하는 부분을 짚어두겠습니다.

첫째, 시험계획서 승인 시점과 시험개시일의 구분입니다. 국내 고시 제3조제24호에 따르면 ‘시험개시일’은 시험책임자가 시험계획서에 서명한 날이고, ‘실험개시일'(제3조제22호)은 최초의 시험특유 자료가 수집된 날입니다. 두 날짜가 다를 수 있으며, 문서 관리에서 혼용하면 실태조사 시 지적 사항이 됩니다.

둘째, 표준작업지침서(SOP)의 이력 관리입니다. OECD 원칙과 국내 고시 모두 폐기된 SOP를 포함해 모든 SOP의 이력 파일을 보관하도록 규정합니다. 개정 이력이 없는 SOP는 실태조사에서 바로 문제가 됩니다.

셋째, 신뢰성보증확인서의 구성 요소입니다. 국내 고시 제14조제4항제6호에 따르면, 신뢰성보증확인서에는 점검 종류, 점검 날짜, 점검된 시험 단계, 운영책임자·시험책임자에게 보고한 날짜가 포함되어야 하며, 이 확인서는 최종보고서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내용 중 하나라도 빠지면 최종보고서 자체의 신뢰성이 흔들립니다.

처음 GLP 관련 업무를 시작했다면, OECD 원칙 원문과 국내 고시를 나란히 펼쳐두고 용어 대응 관계부터 정리해보길 권합니다. 그것만 잡아도 이후 문서 작업과 실태조사 준비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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