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 비임상시험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상황이 온다.
시험의 일부 단계를 다른 기관에서 진행하게 됐는데, 그 기관의 담당자가 “저는 PI이고, SD는 선생님이시죠?” 하고 묻는 것이다.
맞다고 대답하긴 했는데, 막상 역할 분장을 문서로 정리하려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
이게 딱 “다지점시험(Multi-site Study)”을 처음 접할 때 누구나 겪는 상황이다.
오늘은 다기관 시험의 구조부터, SD와 PI가 각각 어디까지 책임지는지, 그리고 현장에서 자주 놓치는 포인트까지 하나씩 짚어보겠다.
Tip 1. 다지점시험은 여러 시험이 아니라, 한 시험이다.
가장 먼저 이 개념부터 정확히 잡아야 한다.
“다지점시험(Multi-site Study)”은 조직적 혹은 지리적으로 떨어진 여러 장소에서 시험 단계가 나뉘어 진행되는 시험이다. 그런데 장소가 다르다고 해서 시험이 여러 개인 게 아니다.
아무리 장소가 세 군데, 네 군데로 분산되어 있어도 이건 “단일 시험(Single Study)”이다.
그 말은 곧,
- 시험계획서(Protocol)는 하나
- 시험책임자(Study Director)도 한 명
- 최종 보고서(Final Report)도 하나
로 운영된다는 뜻이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현장에서 종종 “우리 쪽에서는 별도로 관리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하는 오해가 생기기 때문이다. 위탁을 받은 업무의 시험장소라고 해서 독립적인 시험 단위가 되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하나의 시험 안에 포함된 일부 단계를 담당하는 것이다.
이 틀을 머릿속에 잡아두는 것이 SD-PI 역할 구분을 이해하는 첫 번째 단계다.
A군: “그러면 PI가 있는 위탁기관은 사실상 SD의 지휘 아래에 있는 건가요?”
M형: “맞아. 다만 SD가 일일이 다 통제하는 게 아니라, PI에게 해당 단계의 책임을 위임하는 구조야. 위임은 했지만, 최종 책임은 여전히 SD한테 있어.”
Tip 2. SD는 ‘통합’하고, PI는 ‘실행’한다
이 두 역할을 헷갈리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장에서 비슷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둘 다 GLP 준수를 챙기고, 둘 다 일탈이 생기면 보고받고, 둘 다 데이터에 서명한다.
하지만 성격이 다르다.
시험책임자(SD)의 역할
SD는 “단일 통제 지점(Single Point of Control)”이다.
장소가 어디든, 시험의 모든 기술적 실시와 결과 해석에 대한 전적인 책임이 SD에게 있다.
| SD의 핵심 역할 | 내용 |
|---|---|
| 위탁 장소 GLP 확인 | PI가 있는 시험장소의 GLP 적절성을 사전에 검토한다. |
| PI 지정 | 각 시험(위탁)장소에서 특정 단계를 감독할 PI를 지정요청한다. |
| 계획서 단독 승인 | PI가 제공한 기술 내용을 포함해 시험계획서를 최종 승인한다. |
| 변경 승인 권한 | 시험 중 계획서 변경(Amendment)을 승인·발행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자이다. |
| 일탈(이탈) 확인 및 승인 | 시험(위탁)장소에서 발생한 일탈 보고를 받고 확인·승인한다. |
| 최종 보고서 통합 | PI의 기여자 보고서를 취합하여 단일 최종 보고서로 통합하고 서명한다. |
특히 계획서 변경 권한은 SD만 가진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PI가 자기 담당 단계니까 그 부분 수정은 PI가 직접 해도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계획서는 하나이고, 개정 권한도 SD한테만 있다.
주임시험자(PI)의 역할
PI는 SD로부터 “위임받은 특정 단계(Phase)”에 대해 GLP 준수를 책임진다.
| PI의 핵심 역할 | 내용 |
|---|---|
| 해당 단계 책임 | 위임된 단계가 계획서와 GLP에 따라 수행되도록 보장한다. |
| 계획서 협력 | 담당 단계의 기술적 방법론을 SD에게 제공해 계획서에 반영한다. |
| 즉각 보고 | 일탈 발생 시 지체 없이 SD에게 알리고 시정 조치를 논의한다. |
| PI 보고서 작성 | 담당 단계 완료 후 데이터 유효성과 준수 성명서가 포함된 서명 보고서를 SD에게 제출한다. |
| 자료 보관 | 원시 데이터와 검체가 계획서에 따라 안전하게 보관되거나 보관소로 이관되도록 관리한다. |
PI는 SD를 대신해 위탁 장소를 책임지는 것이지, SD와 동등한 권한을 갖는 게 아니다.
이 구조를 조직도처럼 이해하면 훨씬 명확해진다.

SD는 위에서 전체를 보고, PI는 아래에서 자기 구역을 책임지는 구조다.
Tip 3. 현장에서 자주 놓치는 세 가지 포인트
다기관 시험을 처음 설계하거나 진행할 때, 의외로 많이 빠뜨리는 부분이 있다.
① PI와 분담 책임자(Contributing Scientist)는 다르다
혼용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개념이 다르다.
PI는 조직적 및 물리적으로 다른 장소에 있는 위탁 기관의 책임자다.
반면 “분담 책임자(Contributing Scientist)”는 주 시험기관 내에서 특정 분석 등을 담당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같은 시설 안에 있지만, 시험의 일부 기술 영역만 전담하는 사람이다.
이걸 구분하지 않으면, 나중에 최종 보고서를 작성할 때 서명 구조와 책임 범위가 꼬일 수 있다.
② SD와 PI의 소통 방식은 시험 시작 전에 합의해야 한다
SD는 각 시험장소의 PI와 직접 소통해야 한다. 이건 GLP에서 요구하는 사항이다.
그런데 “직접 소통한다”는 말이 애매하게 남아 있으면 현장에서 문제가 생긴다. 누가 먼저 연락하는지, 보고 주기는 어떻게 되는지, 어떤 채널로 기록을 남기는지를 시험 시작 전에 문서로 합의해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나중에 일탈이 발생했을 때 “그 얘기 했었는데요” vs “저는 못 들었는데요” 상황이 생기면 감당하기 어렵다.
미리 합의하고, 반드시 문서로 남겨야 한다.
③ QA도 다기관 구조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
주 시험기관의 QA(Lead QA)는 각 시험(위탁)장소의 QA와 협력해 시험 전체가 적절히 모니터링 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처음엔 “위탁 장소 QA가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시험은 하나이고, 최종 보고서도 하나다. Lead QA가 전체 시험을 조망하면서 각 위탁 장소 QA와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하는 체계가 잡혀 있어야 시험 전체의 무결성을 지킬 수 있다.
이 부분은 특히 감사(Inspection) 때 단골로 확인하는 항목이기도 하다.
다기관 시험은 구조가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SD가 전체를 통합하고, PI는 위임된 단계를 책임진다.
그리고 이 두 역할 사이의 소통과 문서화가 얼마나 탄탄한가가 시험의 신뢰성을 결정한다.
지금 다기관 시험을 준비 중이라면, SD-PI 간 의사소통 메커니즘을 어떻게 설계할지부터 먼저 점검해보길 권한다.
